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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카우보이 & 에이리언 - 존 파브로


 

카우보이 & 에이리언

 

 

 

 


 존 파브로

개척시대 서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와 무법자가 외계인들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처음 예고편을 통해 이 영화의 정보를 얻었을 때 전 시쳇말로 '우와 쩐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부터가 깨지 않습니다.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니. 게다가 캐스팅은 또 어떤가요. 다니엘 크레이그 해리슨 포드 샘 록웰 그리고 최근 SF의 공주님 같은 포지션을 취하려는 듯 보이는 넘버 13 올리비아 와일드까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감독은 아이언 맨 시리즈의 존 바프로고 제작엔 무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요즘 이 영감님이 정말 아무데나 이름 들이민다는 느낌은 있습니다만) 이제 영화에 기대치는 끝간데 모르고 정신없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우리 오빠' 컴백하는 날짜 기다리는 아이돌 팬 소녀의 심정이 이런 걸까요?

(헐리웃의 SM?)

정작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은? 뭐 오빠들 컴백 무대 보고 온 아이돌 팬 소녀의 심정과 비슷할 겁니다. 뭔가 예상했던 것들이 우르르 쏟아지긴 하는데 기대한 만큼의 감흥은 없는 거죠. 그러니까 기획사에서 엄청 돈을 쏟아부은 덕에 음악이나 무대는 때깔나는데 따지고 보면 예전 오빠들이 하던 무대의 동어 반복이고. 엄청 새로운 음악 쟝르를 개척한다고 하시기에 기대했더니 그 마저도 언젠가 한번 봤던 메뉴더라 이겁니다.


(이런 비쥬얼이 나오니 기대를 안 할수가...)

일단 웨스턴 무비와 SF의 혼합은 나름 전통이 있는 혼합쟝르였습니다. 독특한 조합이긴 한데 이미 이전부터 팔던 거란 얘기죠 짬자면 처럼 말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DJUNA의 리뷰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djuna.cine21.com/xe/2685835#8  - djuna님 리뷰

이야기는 어떤가요. 이건 그냥 서부극입니다. 뭔가 엄청나게 새로운 걸 기대하지 마세요. 옛날부터 지겹도록 봐오던 서부극 클리셰 덩어리에 SF설정을 슬쩍 넣은 것 뿐이라고요. 겉모습은 차갑지만 알고보면 따뜻한 무법자가 나오고 술집난투극이 나오고 무법자보다 더 악당같은 마을 유지(때때로 보안관으로 변형되는)가 나오고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극적으로 탈출하기도 하고 배신, 배반이 나오고 황야를 가로지르는 말들이 나오고 마지막엔 적대하던 세력이 힘을 합쳐 더 큰 악당들과 대적하는 거죠. 다만 더 큰 악당이 외계인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다른 한축인 에이리언 그러니까 SF쪽은 어떨까요? 서부에 나타난 외계인이란 점 말고는 역시나 수없이 봐온 지구침공 외계인 스토리입니다. 무시무시한 무기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찔끔찔끔 인간이나 납치하고 괜히 소들이나 잡아죽이면서 악당흉내를 내는 괴물처럼 생긴 외계인이요. 후장돌파 같은 건 하지 않지만 목적이 희미한 생체실험을 해대는 이 녀석들의 목적은 역시나 지구자원 훔치기입니다. 이 녀석들이 노리는 자원이 인간이나 물이 아니라 서부극 배경에 걸맞게 '황금'으로 설정된 점이 독특하다면 독특할까요. 그리고 이런 류의 이야기가 늘 그렇듯 약하디 약한 지구인들이 힘을 합쳐 반격을 하니까 허무하게 죽어나가고 결정적 한방으로 단번에 깔끔히 제거됩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느냐? 말했잖아요. 아이돌 팬의 심정이라고. 오빠들 컴백하면 특별히 문제가 있는게 아닌 이상 팬심에 꺄악꺄악 소리 지르게 되있고 가요프로 1등하게 되어있는 겁니다. (미국은 모르겠고 국내에서 1등하긴 힘들어 보입니다만...) 배우나 제작자나 이름값은 해주는 덕에 기본은 먹고 갑니다만 역시나 예전 그 밥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각반을 찬 007처럼 굴고, 해리슨 포드는 나이 든 인디아나 존스 같은 비주얼로 요즘들어 자주 맡는 심술쟁이 영감 역할을 반복합니다 (레이첼 맥아담스와 나온 영화 제목이 뭐였죠??) 올리비아 와일드는 전작 트론에서 연기한 배역에 옷만 갈아입고 나왔고요.
특수효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특별한 게 없습니다. 외계인들은 타고다니는 물건이나 생긴 모습이나 소소한 장비들 까지도 헐리웃 어딘가 있을 아카이브의 데이터를 조합한 것 처러 생겼고 하는 짓들도 거기서 거깁니다. 그럼에도 워낙 익숙한 걸 능숙하게 풀어내니까 지루하진 않더라 이겁니다. 보는 동안엔 크득크득 거리거나 깜짝깜짝 놀라거나 하지만 정작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무언가 허한 기분 말이죠. 아... 재밌긴 한데 내가 기대하던 그런 게 아니야 싶은 감정. 오빠들 멋있긴 한데 새롭진 않아요... 다음에도 또 이러면 내 팬심이 흔들릴지도 몰라... 이런 감정?

다니엘 크레이그는 정말 뭘 입혀도 태가 나는군요. 딱 벌어진 어깨에 쩍쩍 갈라진 가슴골... 몸에 너무 각이 잡혀 있어서 피규어 인형이 걸어다니는 것 같을 정도입니다.

올리비아 와일드가 연기한 엘라는 극을 굴러가게 하기 위한 기계장치 같아요.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피닉스의 이미지가 차용된 건 흥미롭지만 그 외엔 정말 톱니바퀴 같은 존재. 다니엘 크레이그의 몸이 피규어 같다면 이 사람은 얼굴이 피규어 같은 인공미가 있는데 기능적 역할에 딱이네요. (트론에서도 이렇게 소비됐죠) 그런데 이젠 그만 해야죠 이런 역할.


극중 세력이나 인물들이나 배신과 음모(?)가 오고가며 이합집산이 빠른데 개중에서도 가장 갈대같은 존재는 '개'로 나오는 개일 겁니다. 오죽했으면 마지막 장면에서 제 뒷자리 아이들은 "쫓아간다. 또 쫓아갈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인간 기준의 미추 개념이 곧바로 선악의 개념으로 구분되는 외계인 설정은 그닥 공정하진 않아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인간이란 게 비슷한 존재에 안정감을 느끼기 마련일 것을. V를 보세요 외계인의 가면이 벗겨지는 건 그 악랄한 의도가 드러나는 거잖아요.


(어쩐지 동네 아저씨 언니 모인 느낌)

더불어 헐리웃 아카이브 운운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이란 타이틀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클로버필드-슈퍼8-카우보이 에이리언이 한 핏줄 아닌가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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