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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7광구 - 김지훈


7광구 - 김지훈

 

 

이 영화는 저에게 있어 '못 만든 영화' 분류 섹션의 새로운 이정표입니다.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는 것을 알고선 '7광구 어떻디?'라고 묻는 지인들의 질문에 저는 음식에 비유해서 답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새로 생긴 식당이 있어. 인테리어도 괜찮고 메뉴판 사진 보니까 음식도 깔끔한데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맛없다고 가지 말라더라 이거지. 그럼 보통 아.. 겉만 번지르르하지 맛은 별로인 음식이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식당에 갔는데 겉은 번지르르 맛있게 생긴 '똥'이 나오더라 이거지.

네.... 7광구는 똥입니다. 적어도 서사적인 측면이나 영화의 기본 문법적 측면에서 보자면 말이지요. 세상에 100억이 넘게 들어가고 하지원,안성기,오지호,송새벽,박철민,이한위 심지어 차예련짜응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기억나는게 '박스 치워'란 말 듣고 박수치는 박철민 배우밖에 없다면 할말 다했죠.

(예련 짜응...)

물론 개인들마다 감상은 다를겁니다. 디워나 해운대 때의 양상을 빌려와 대립구도를 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7광구는 딱 그수준의 영화거든요. 해운대-퀵-7광구까지 보고나니 JK픽쳐스의 성향 같은게 보입니다. '쌈마이'정신... 이 회사의 감수성은 10년전 조폭코미디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니 머물러 있기 보다는 그것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어떤 쟝르를 가져와도 이렇게 한결같은 감수성을 유지하는지 놀라울 지경입니다.

다시 7광구 이야기로 돌아와서.

일단 3D상영을 본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생략하고 (들리는 이야기로 이 부분의 퀄리티는 처절한 모양입니다.) 그 외의 기술적 성취는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괴물 디자인이나 가상 세트 물의 CG표현 등등은 우리나라의 기술과 자본을 생각했을 때 놀라운 성과입니다. 이 점은 해운대나 퀵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JK 픽쳐스는 기술적인 면에선 한정된 자원의 범위에서 적절수준까지 끌어낼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거죠. 이건 평가 받아야 하는 게 분명합니다. 솔직히 이런 기술적 완성도 때문에 이 회사 영화들 보는게 더 괴롭습니다. 화면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정성만큼 시나리오의 기본 설정에도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거죠.


(참 애들 쓰셨고 애쓴 티도 난다는게 더 안타까워...)

7광구 시나리오의 나쁜 점은
첫째, 대사가 구리다.
둘째, 캐릭터가 구리다.
셋째, 클라이맥스가 없다.
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일단 대사 부분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겁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손발이 오그라든다'라는 표현을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비단 대사만이 아니라 몇몇 장면은 행동연기 자체도 오그라듭니다. 엄지를 치켜 든다던가 하이파이브를 한다던가... 내 상처는 바로 마음속에 있어... 아 놔, 지금 90년대 뮤비 찍나요?

둘째 캐릭터, 이 부분은 정말 한숨만 나오는데 캐릭터 설정을 요약한 문서가 있다면 아마 그럴듯해 보일 겁니다. 반항아적 기질을 가진 여전사, 순둥이 남친, 개그콤비, 비밀을 간직한 미모의 여자학자, 멘토와 악당의 양면을 가진 캡틴... 어디선가 주워온 듯한 전형적 캐릭터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정작 영화를 보면 그런 개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종이인형들이 걸어다니는 느낌이지요.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살아야 관객이 감정이입을 하고 그럼으로서 공포가 배가되는 건데 이게 안되니 그냥 흘러가는대로 화면만 바라볼 뿐입니다. 거기다가 대사까지 엉망이니...

마지막 클라이맥스... 사실 없다는 표현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후반 1/3이 통째로 클라이맥스입니다. 괴물의 질긴 생명력을 표현하고픈 열망(?)과 이전의 크리쳐물에서 다룬 각종 액션을 모조리 써먹고야 말겠다는 야심이 겹쳐져 클라이맥스 액션이 지겹도록 이어지거든요.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나고 또 죽었나 싶으면 다시 살아나고... 불로 지지고 깔아 뭉개로 오토바이로 들이받고... 뭔가 으리으리한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이게 고조를 이루는게 아니라 그냥 나열만 되고 있고 쓸데없이 길어요. 보는 입장에서 그냥 지칩니다. 마지막에 괴물이 죽을때엔 '아 드디어 끝나는구나' 싶을 정도죠.

연출에서도 문제점이 보입니다.

일단 괴물을 다루는 방식이 엉망입니다. 괴물의 출현을 보세요. 이런 영화에서 괴물은 극의 중심입니다. 그만큼 효과적으로 등장시켜야 하지요. 가장 정석은 살짝살짝 보여주기입니다. 죠스의 지느러미라던가 에이리언2엣의 동작감지기 장면처럼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을 보여줄 것처럼 시늉만 하다가 그냥 덜렁 던져버려요. 긴장도 없고 고조도 없고 호기심 자극도 없이 그냥 음... 러닝타임이 이만큼 지났으니 이제 등장해야겠네.. 오케이 큐. 이러고 나오는 겁니다.

캐릭터들의 퇴장도 그렇습니다. 크리쳐물은 근몬적으로 슬래셔무비의 변형입니다. 구조적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이어붙인 형식이란 거죠.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이 캐릭터 부여가 중요하고 더불어 그들의 죽음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겁니다. 모두가 극적인 죽음을 맞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죽는 장면을 안 보여줘도 됩니다. 각각의 죽음에는 고유의 역할과 영역이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그 역할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안성기가 연기한 선장 역할의 최후입니다. 그의 죽음은 여러가지로 의미를 가집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회개의 의미도 있고 하지원이 연기한 해준에 대한 속죄의 의미도 있을 겁니다. 때마침 그 장면에선 해준도 등장했으니 이들을 유기적으로 엮을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선장은 앞선 장면에서 괴물에게 잡혀 죽을뻔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온 상태입니다. 그런 그가 카미가제 식으로 괴물에게 덤벼드는 장면은 극적으로 충분히 고조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정작 영화에선 스멀스멀 물에 물탄듯 흘러갑니다. CG로 만들 불타는 괴물+사람 장면 보여주기 급급한 거죠.

SF적 설정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더군요. 상당히 매력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괴물의 생태적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 말입니다. 사실 제대로된 각본이라면 마지막 엔딩과 괴물의 정체를 적절히 이었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괴물의 정체에 대해 알게되고 서식 환경을 연구해서 드디어 유전을 발견한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영화문법으로 봤을 때 7광구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으면 뭐합니까 이야기가 엉망인걸요. 100억짜리 괴수영화를 보러 갈때 관객이 기대하는 건 적어도 손발 오그라드는 80년대 소년만화 같은 대사의 쌈마이 스토리는 아닐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욕을 먹고 있고 반면에 그래서 일부 관객에겐 호응을 얻는 것일 테지요.

마지막 엔딩은 아무리 봐도 뜬금 없어요. 대체 그 자막은 뭐랍니까? "우리가 이래서 제목을 7광구로 지은거야 굉장하지. 우리 완전 애국자지."라고 선전하고 싶은 건가요. 디워에서 막판 아리랑 하나로 뜨거운 눈물(엥?)을 끌어내며 관객몰이 한 것을 재현하고 싶은 걸까요. 몇몇 인터넷 리뷰들을 보면 그런 노림수가 들어 맞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교훈이나 계몽은 영화 전체를 통해 메시지로 전달하는 거지 막판 몇줄의 자막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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