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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

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2011.31)

제목 '도착의 론도'의 도착은 일본어 발음으로 도작/도착이 동일하다고 한다. 도착증과 도작이란 두가지 주제가 변주된 이야기에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하겠다. (어쩌면 이야기의 구상의 씨앗이 여기서부터일 지도 모른다느 생각도 든다.)

작가 지망생 야마모토 야스오는 월간추리 신인상을 목표로 작품을 완성하지만 사로고 작품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친구는 살해당하고 자신도 죽을 고비를 넘긴다. 결국 그의 작품 <환상의 여인>은 신인상을 수상하지만 당선자는 야마모토가 아니다. 도난은 도작으로 이어지고 일련의 사건은 도작자가 자신의 도둑질을 감추기 위한 행동임을 짐작하고 야마모토는 빼앗긴 상금과 명예를 되찾기 위한 복수를 결심한다.

제목만큼이나 독특하고 흥미로운 스토리다. 실지 전개되는 이야기는 정통적 서스펜스 구조라서 사전정보가 없었던 나로선 후반부로 넘어갈때까지 이것이 서술트릭을 이용한 추리소설이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날까 궁금해하다가 막상 결론에 다다르자 조금 황당한 느낌도 들었다.

서술트릭이란 게 그렇다. 지금껏 몇몇 유명한 서술트릭 작품들을 봤는데 읽을 때엔 재밌게 보다가도 막상 진상이 드러나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순간이 없다. 기껏해야 '살육에 이르는 병' 정도일까 (사실 이 작품은 트릭 외적인 요소가 워낙 충격적이라 객관적인 판단은 아닐 수 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서술트릭이 아닌 전통적 두뇌 싸움에 익숙한 독자라서 그럴 것이다. 서술트릭의 대부분은 나같은 사람에게 '변칙'이다. 그러니 아무리 본문을 읽으며 머리를 굴리고 범인을 추리해도 서술트릭이 드러나는 순간 '헤헤 속았지?'라며 낄낄대는 작가의 모습을 그리며 짜증이 치미는 것이다.

애초에 서술트릭이 있다고 밝히던가...

그렇다. 서술트릭을 활용한 책의 재미는 아마도 처음보단 두번째 읽을 때 진가를 발휘할 것 같다. 보통의 소설은 트릭을 알게 되면 다시 읽을 때 재미가 반감하는 반면 서술트릭의 경우엔 과연 작가가 얼마나 교묘하게 그리고 이치에 맞게 장치를 숨겼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이 작품 역시 그런 재미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마지막 결론부엔 자신의 장치들을 확인시키려 참조 페이지를 삽입할 정도이다. (사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찾기 힘든 부분들이다)

이 작품은 3개의 '도착' 시리즈의 첫번째라고 한다. 서술트릭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긴 했지만 서술트릭이란 것을 알고 봤을 때의 재미란 점을 생각하면 이후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후 두 개의 작품은 제본 방식에서부터 도전적으로 덤비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니 괜한 승부욕이 발동하기도 한다.

본편의 장난으로 모자랐는지 작가는 심지어 마지막에 자신의 실명까지 등장시킨다. 실지로 이 작품으로 작가는 에도가와 란포 상에 응모했지만 최종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이후 이어지는 시리즈는
도착의 사각 - 마지막 페이지 봉인
도착의 귀결 - 책의 앞과 뒤에서 가운데로 이어지는 스토리로 가운데 두 이야기가 만나는 결말 페이지를 봉인
하는 형식으로 제본되었다고 한다. 번역판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