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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백사도 - 김내성

백사도

 



김내성
(2011,28)

한국 추리문학의 역사를 논하자면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인물 김내성의 작품을 모은 단편집니다. 그괴기,번안편이란 제목 대로 그의 작품 중 기이하고 끔찍한 소재를 다룬 변격적 단편 5개와 코넌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를 번안한 작품 3개가 수록되었다.

광상시인 - 새벽녘 기차역 대기실에서 오래전 알고 지낸 남자와 마주친 주인공의 이야기다. 회상구조를 통해 묘사되는 과거의 사건은 스와핑, 네크로필리아 같은 자극적 소재를 활용한다. 물론 현대 작품들 처럼 소재 만큼이나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묘사는 없지만 분위기 만으로도 독자를 압도한다.

무마 - 재치있는 반전으로 소설 속 캐릭터만이 아니라 독자들의 뒤통수도 치는 구조. 최근에야 자주 쓰이는 트릭이지만 당시에 이런 장치를 생각해내고 또한 이렇게 멋진 이야기로 엮어냈다는 것만으로도 김내성이란 사람의 선구자적 능력을 엿볼수 있다.
"무마! 거 참, 제목이 좋은걸. 안개속의 악마!"
"그런 의미보다 작자로서는 안개는 마술사라는 뜻으로......"

백사도 - 표제작이다. 하얀 뱀을 몸에 휘감은 여성의 모습을 그린 그림과 관련하여 한 집안/남자의 여 영락을 그리고있다. 네크로필리아적 예술혼이란 점에서 뒤의 악마파와 이단자의 사랑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림에 미친 남자와 양반과 무당의 사랑 같은 한국적 소재가 잘 어우러진다. 거기에 저주와 얽힌 미스테리까지 가미되어 중층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아무리 봐도 20세기 초반 한국에서 씌여진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악마파 - 제목처럼 악마파로 분류되는 압도적 그림에 얽힌 세 남녀의 기괴한 이야기가 다중적 트릭 구조를 통해 드러난다. 범인의 트릭은 우연과 허점이 많아서 현대 소설에선 결코 사용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들의 심리나 엽기적 행위에 대한 묘사만큼은 멋지다. 글을 읽는 내내 생생한 이미지가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이단자의 사랑 - 붉은 방, 수밀도, 삼각관계. 앞선 작품들과 중첩되는 소재들이 사용된다. 네크로필리아와 식인행위까지 간접적으로 묘사되며 두 남자의 일그러진 애정을 그리고있다.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 만큼이나 물화되어 도구로만 사용된 점은 아쉽다. 끔찍한 이야기이지만 결말의 반전을 보고있노라면 누가 더 병신인지 대결하는 남자들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고래고기다. 고래고기가 그것이다!"

번안편 - 백발연맹,히틀러의 비밀,심양의 공포/ 각각 코넌 도일의 붉은 머리 클럽의 비밀, 여섯 개의 나폴레옹 흉상, 얼룩무늬 끈을 번안한 것이다. 단순한 번안에 그치지 않고 당시 우리의 실정과 배경에 맞추어 각색한 부분이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