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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127시간 - 아론 랠스톤


 

127시간

아론 랠스톤

(2011,25)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간이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특히나 평상시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살아났다면 더욱 그렇지요. 센세이션인 동시에 생존을 위한 인간의 숭고한 자기희생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복잡하긴 합니다. 예를 들어 '얼라이브'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은 지인의 인육을 먹는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작가가 직접 격은 실화를 바탕으로 씌여진 이 책 127시간 역시 유사한 이야기입니다. 작가인 아론 랠스톤은 홀로 협곡을 여행하던 도중 돌에 깔리는 사고를 당합니다. 돌쩌귀에 오른 팔이 뭉개진 채 6일간 사막 한가운데 협곡에 갇혀있던 그는 결국 스스로 자신의 오른팔을 자르는 탈출을 감행하여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옵니다. 책은 6일 127시간 동안의 조난기입니다. 그 사이 어떤 일이 물리적으로 벌어졌으며 그의 머릿속에선 어떤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는지를 전해줍니다. 돌에 끼인 팔을 빼내기 위해 그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합니다. 그 외에도 고민거리는 많습니다. 건조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탈수를 걱정해야 하고 밤이면 뚝 떨어지는 기온에 보온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애를 쓰며 심지어 기록까지 남긴 주인공의 정신력은 새삼 대단해보입니다. (책에는 그가 현장에서 실재로 찍은 사진도 실려있습니다.) 어릴적부터 야외생황을 하고 산을 타며 전문가에 가까운 생존지식을 익힌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않은 정신력이야 말로 그의 생존이유일 겁니다.

그의 사고에는 스스로의 잘못도 한 몫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여행경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작으나마 안전에 소홀했으며 위험한 판단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6일간의 생존은 그런 잘못에 대한 벌치고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그의 생존기는 비단 계곡에서의 6일만이 아닙니다. 생환 후에도 그는 감염증과 잘린 팔의 적응 그리고 PTSD 등으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잘려진 한쪽 팔에 특수 제작한 의수를 찬 그가 다시 빙벽을 등반하는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단순한 재활에 그친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라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곳으로 당당히 돌아가는 모습은 장애의 극복 이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기에 우리가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그것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인간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 역시 가혹한 운명에 정면으로 맟선 아론 랠스톤이란 인물을 통해 그런 위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은 최근 동명의 영화로 제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평들이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