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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 구지라 도이치로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구지라 도이치로

(2011. 24)

9개의 단편이 연작 형식으로 이어진 책이다. 개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연속극 처럼 같은 형식이 반복되고 있는데 근래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다음 세 가지 표제로 구성된다.
1. 술, 그중에서도 일본주에 대한 지식
2. 메르헨으로 대표되는 서양 동화의 재해석
3. 알리바이 깨기

실질적인 주요 등장인물은 네 명으로 바 '숲으로 통하는 길'의 마스터와 단골손님이자 마스터의 술친구 격인 범죄심리학자 야마우치, 형사 구도 그리고 이 세 중년남의 세계에 갑자기 끼어든 미인손님 사쿠라가와.

세 남자는 언제나 일본주와 형사인 구도가 골머리를 썩고있는 근래의 미제사건에 대해 떠들어대고 사쿠라가와는 조용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언제나 주요 용의자의 알리바이가 문제인 사건들을 거기서 연상되는 동화(사쿠라가와는 대학에서 메르헨을 전공하는 학생이란 설정이다)들을 예로들며 해결하는 식이다.

일단 1번 일본주 이야기는 몇몇 이야기에서 그나마 역할을 하지만 그외엔 곁가지 이상의 역할을 못한다. 혹시나 이 이갸기들이 술 전문 잡지에 연재됐던 건 아닌가 의심을 품게 할 정도다. 2번 메르헨의 재해석 경우엔 독창적인 해석보다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차용해오는 형식이다. 백설공주의 거울은 아버지의 시선이라거나 헬젤과 그레텔의 마녀는 사실 고려장을 당한 노인이라거나 하는 식의 해석들이다. 다만 이런 해석들인 문제가 되는 사건의 장식에서 머물지 않고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공을 들였음이 느껴진다. 3번 알리바이 깨기는 사쿠라가와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그녀는 바에 앉은 채 세 남자가 하는 이야기만 듣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이다.

알리바이 트릭 깨기, 메르헨과의 연결 그리고 안락의자 탐정이란 설정들은 아무래도 이야기에 제약을 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개개의 단편들 중에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거나 트릭이 맞기나 한 건가 싶은 허술한 구조들도 몇몇 눈에 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런 실험적인 구성을 튀지 않게 유지하며 마무리를 지어간다는 점에서 쟝르 팬에게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해 보인다.

이런 구성들이 보통 그렇듯 마지막 9화에선 주요인물이자 스토리텔러 격인 네 인물들의 비밀이 드러나며 이야기가 정리되는데 솔직히 좀 무리한 것 아닌가 싶은 아쉬움은 있다. (작가 스스로도 정리가 안되는지 갈팡질팡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주, 메르헨, 알리바이 트릭까지 구성의 대부분이 기존 자료,지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진다는 비평에서 안전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재미로 작용하는 부분도 크기때문에 일견할 만한 부분도 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