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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 공지영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그러니까 공지영...

(2011,26)

공지영이란 작가에 그닥 관심이 없던 저에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나 그녀가 출연했던 '무릎팍 도사'일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공지영 작가의 본방을 사수(?)하면서 아.. 저 사람이 공지영 작가구나. 얼래 이쁘시네, 얼래 약간 공주과? 생각보다 젊네. 등등의 단상과 함께 얼핏얼핏 언급되는 파란만장한 개인사까지 더해 결국 끝까지 코너를 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참 여러가지를 했던 그날 방송에서 공지영 작가는 자신이 한참 힘든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인연이 '지리산 사람들'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점심에 만나기로 약속해서 부랴부랴 갔더니 다들 늘어져 자고있었다던가, 연 50만원이면 집 걱정 없는 삶 등에 대해 단편적으로 얘기했었죠.

알고보니 그 이야기들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었습니다. 작가 본인이 지리산을 들락거리며 만났던 사람들의 일상과 감상을 담은 글들은 책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데 신문 지상에 연재했었던 모양입니다.

버들치 시인, 고알피엠 여사, 낙장불입 시인 등 종종 정말 실존인물일까 의심이 들 정도로 독특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는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 자라고 도시에서 생활하는 필부에겐 흥미로운 구석이 있습니다. 책의 표현을 빌면 그들은 선택적 가난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면에서 도인의 풍미도 느껴집니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말고 정 필요하면 어찌어찌 빌려 쓰면서도 환경문제 같은 이슈에선 발벗고 나서기도 하고 때로는 심심해서 밴드를 조직하고 어쩌다 보니 지리산 학교를 열기도 하는 지식인의 모습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보헤미안'들 입니다. 동시에 '히피'들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속세에 찌들어 살다보면 이런 삶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이란 게 '자기에게 없는 것'을 원하고 동경하기 마련이니까요. 소설가 공지영 개인도 그런 입장인 듯 보입니다. 그녀는 그런 삶에 동참하기 보다 한 쪽 발을 걸치고 그들과 어울리는 관찰자입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글들은 필요 이상으로 그들의 삶을 장식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고, 멋을 부려 꾸미려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에세이'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책 전체로 보자면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가' 공지영의 취향이 가미된 '소설'에 가까운 책이란 느낌입니다. 처음엔 어느 정도 객관을 유지하는 관찰자 입장에서 에세이의 외형을 갖추던 문장도 뒤로 갈수록 소설에 가까워집니다. 심지어 한 챕터는 사실 보다는 창작이 더 들어가 있고, 그 사실을 뒤쪽 챕터에서 담담하게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에세이를 가장한 팩션이라는 의심도 해볼 만 합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분명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지리산에 살고 있고 이런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놓치거나 잊고 살던 무언가를 상기시키려는 겁니다. 특히나 문수 스님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룰때면 직접적으로 정부나 4대강 사업을 언급하며 꽤나 정치적인 포지션의 의견을 넌지시 개진하기도 합니다. 앞서 이 책속의 공지영을 관찰자적이라고 했지만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근본적으로는 히피적입니다.

히피라고 하면 마약이나 문란한 성관념 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원칙적으로 평화주의자였으며 물질문명에 반기를 든 자연주의자들이었으며 탈사회적 생활방식으로 인간성을 회복하려던 무리였습니다. 지리산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책이 하려는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순응하며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평화롭고 청빈한 삶을 살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대해 이야기하는데 정부에 대한 비판이 튀어나오는 것은 작가의 정치적 태도 때문이 아닙니다. 반전 시위에 나섰던 히피들이 그랬듯 작금의 이 나라를 움직이는 정부와 권력이 그리고 그들 입맛에 맞추어 재단되어 가고 있는 나라의 모습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