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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바보 빅터 - 호아킴 데 포사디

바보 빅터

호아킴 데 포사디

(2011,46)

처음 이 책의 정보를 접하고서 떠올린 건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서 본 실존인물 빅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어린시절 받은 IQ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이래 자신이 바보인줄 알고 살았지만 군 입대후 우연한 기회에 다시 받게 된 테스트에서 기준치를 훨씬 넘는 높은 점수를 받음으로서 이른바 바보에서 천재로 인생역전을 하게됩니다. 이후 군에서 그는 자신 스스로도 몰랐던 역량을 발휘하며 장교까지 진급하게 되고 이후 사회에 복귀해서도 승승장구 당시만 해도 정체성이나 권위 없이 이름뿐이던 멘사클럽을 지금의 위치에 자리잡게 하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이건 그 자체로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그의 전기적 성격의 글을 써도 꽤나 흥미로운 소설 형식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인간승리, 인생역전, 신념으로 바꾼 운명 같은 소재들을 대중들은 얼마나 좋아합니까?

그런데 정작 이 책을 몇 장 넘기고서야 전 뭔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바보 빅터'란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실존인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에게서 상황과 이름을 빌어오고 다른 몇몇 유명인들의 이야기와 결합해서 만든 새로운 창작물이지요. 서문에 따르면 오프라 윈프리 쇼에 게스트로 나온 평생을 자신이 못난이라 생각한 미녀, 그리고 얼마전 세상을 떠난 너무나도 익숙한 시대의 인물 스티브 잡스가 이 책의 이야기를 만드는 기둥들입니다.

책은 술술 넘어갑니다. 편집이 널널하고 분량도 적을 뿐더러 문장이 간결하며 챕터 형식으로 끊임없이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책의 주제와 목적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너 자신을 믿어라'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같은 류의 자기계발서의 영원불멸의 주제들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소설을 가장한 자기계발서입니다. 빅터나 스티브 잡스나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온 여성 모두 그런 주제를 전달하기에 너무나도 적합하고 매우 극적인 인물사를 가지고 있으니 그걸 이리저리 적절히 조합해서 마지막에 가슴 따뜻한 해피엔딩을 넣으면 되겠다...라는 작가의 계산이 너무 빤해요. 굳이 말하자면 어른을 위한 동화랄까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한 만큼 유익합니다. 때문에 그 빤한 계산법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는 삶에서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지레 겁먹느라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살았나요. 적어도 이런 책을 읽음으로서 앞으로의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인생에 큰 의미를 가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