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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명탐정의 저주 - 히가시노 게이고


 

명탐정의 저주

히가시노 게이고

(2011,47)


주인공 텐카이치의 존재와 쟝르에 대한 패러디란 점에서 전작 명탐정의 규칙과 댓구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명탐정의 규칙이 제목 그대로 본격 미스테리 쟝르의 고도로 규칙화 되고 게임화 된 트릭들에 대한 조소를 담은 패러디였다면 이번 명탐정의 저주는 '그런 식으로 너의 근본을 까댈거냐!'라고 항의하는 쟝르팬들에 대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자기병명적 고백담 같은 책입니다. 내가 요즘은 본격물 잘 쓰지도 않고 심지어 명탐정의 규칙에서 ㅋㅋ 거리며 그 황당한 세계에 대해 까대기도 했지만 사실 본격미스테리의 세계는 언제까지라도 담아두고 생의 마지막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얌...이라고 수줍게 고백하는 거지요. 쟝르 속에서 우디 알렌 마냥 독자들을 향해 이야기를 던지던 텐카이치는 이번 작품에서 아예 창작자 본인이 그 세계로 들어가 동화되는 아바타로 등장합니다. 그 외에는 명탐정의 규칙과 비슷하게 기존 쟝르의 컨벤션 안에서 이용된 트릭들을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재치로 재활용한 세 개의 사건을 차례로 늘어놓는 형식입니다.

트릭은 소박하고 욕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흉내내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트릭이라기도 민망한 구석이 있고요. 하지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존재 의미는 본격물에 대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입장표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