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ncy's critic

월드 인베이젼 - 조나단 리브스만

월드 인베이젼
감독 조나단 리브스먼 (2011 / 미국)
출연 아론 에크하트,미셸 로드리게즈,레이몬 로드리게즈
상세보기

월드 인베이젼 (world invasion : Battlefield L.A.)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나단 리브스만

스카이라인과 얽힌 가십과 예고편 그리고 아론 에크하트, 미셸 로드리게즈라는 캐스팅 때문에 기다려오던 영화를 개봉일 관람했다.

1942년 LA UFO공습 사건에서 착안한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해병대 교관으로서 수많은 전장을 거쳐왔지만 가장 최근의 파병에서 (아마도 이라크인듯) 부하들이 전멸한 가운데 홀로 살아남은 마이클 낸츠 하사는 20년 근속을 채운 시점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해병으로서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전역을 신청한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다수의 유성이 세계 주요도시 인근 해안으로 떨어지기 시작하고 뒤늦게야 그것이 유성이 아닌 지구를 침략하려는 외계종족의 강습부대란 사실이 밝혀진다. LA 해안 지역 주민들의 대피와 저지선 구축 임무를 맡은 낸츠하사의 부대, 전역신청서류절차를 끝냈음에도 랜츠 하사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대타인력으로 징집된다. 그가 속한 부대의 지휘관은 이제 갓 임관한 ROTC출신 소위, 자신의 동생이 지나번 전멸한 낸츠의 부대원인 병사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들은 민간인이 대피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 경찰서 건물까지 진입해 3시간 후로 예정된 대규모 폭격 이전에 피폭지역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화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예고편 만으로 예상한 건 인디펜던스 데이나 우주전쟁 같은 영화였다. 그리고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단 외계인 나오는 SF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선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본적인 스토리 얼개는 기존의 외계침략물을 따르지만 (대규모 공습 - 절망적인 상황 - 영웅의 활약 - 대역전) '전투'라는 부분에 그보다 더 방점을 찍음으로서 이전 작들과는 차별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야. 외계인 침공인데 당연히 전투를 하지라는 반문을 한다면 여기에 '사실적인 전투 묘사'라는 첨언을 해야겠다. 이야기의 중심엔 해병 소대가 있고 외계공습 이후 전투를 준비하고 전선에 투입되는 모습은 소소한 부분까지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전 영화에서의 군인들이 외계인들에게 당하는 멍청한 조직이나 아니면 상징적인 모습으로 우르르 몰려나와 무작정 불꽃놀이 벌이는 단편적인 모습으로 보여졌다면 이 영화에서의 군인들 그리고 전투의 모습은 외계인이란 적의 모습만 다를 뿐. '블랙 호크 다운'이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밴드 오브 브라더스' '허트 로커'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정말 외계인이 침공해 온다면 어떤 식의 전투가 벌어질까?'라는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까? 극적 긴장과 재미를 위한 설정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절한 정도로 조율되고 전술이나 장비, 소소하 대사들에도 '그럴듯함'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보인다.

탈출의 순간 다시 적진으로 뛰어드는 낸츠 하사와 그를 따르는 부하들이라던가 대역전을 이루고 나서 귀환하자마자 다시 적들을 조지겠다며 탄약을 채우는 모습 등은 80년대 반공영화를 보는 것 같아 오글거렸지만 장교, 부사관, 병사들 간의 갈등구조. 영웅적인 행동을 벌인 후에 덜덜 떠는 병사, 뛰어난 전투력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너무도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모습 그리고 후반부 갈등이 해소되는 낸츠 하사의 '군번 외우기' 장면 같은 것은 인상적이다.

베테랑 상관인 낸츠는 백인이지만 경력이 길지 않은 (최근에 입대했을) 병사들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계 이민자들이다. 물론 극의 주인공은 낸츠지만 처음 소대를 이끈 지휘관은 남미계의 신임 소위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이제 미국을 구할 영웅은 시민권 획득을 위해 입대한 유색인 이민자들이다. (하긴 따지고 보면 미국 건국의 영웅들입네 하는 사람도 다들 이민족이다)

전투 중 '나 탄약 떨어졌어!'를 가장 많이 외치는 건 미셸 로드리게즈가 연기한 엘레나 산토스 하사다. 작전 중 합류한 생존병으로 공군 기술하사 (technical sergeant)인 그녀가 그런 대사를 자주 외치는 것도 아마 설정일 것이다. 맨날 천날 전투훈련만 하고 특등사수도 많은 해병들은 그만큼 적은 탄으로도 적을 명중시키지만 전투병과가 아닌 산토스는 성격만큼은 화끈해서 탄소모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중간에 합류했고 전투가 아닌 정찰,정보 수집 임무였기 때문에 초기지급탄약량도 적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외계인들의 장비도 다른 영화와는 차별된다. 보통 이 정도 스케일의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이라면 보통 어마무시하고 상상하기 힘든 무기들을 휘둘러대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의 화력은 비교적 소박하다. 이 역시 실감나는 전투 묘사를 위해서일 것이다. 화력 차이가 너무 나면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다. 드론 전투정 역시 필요 이상의 오버테크놀러지가 아니라 지금 개발중인 개인비행장치들의 컨셉을 확장한 느낌이다.
반면에 장비나 외계인의 디자인은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다. 문제가 되었던 스카이라인의 영향도 있겠지만 비단 그 때문은 아니다. 외계인 병사들은 헬보이의 이빨요정, 콘트롤 타워나 휴대 무기는 디스트릭트9의 우주선 같은 식이다. 외계의 것이라는 인상을 주면서도 익숙한 느낌을 줌으로서 SF적 설정과 밀리터리적 성격의 줄타기를 하기 위해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