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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아부의 왕 - 정승구

아부의 왕


정승구


동식은 (아마도)좋은 대학 나와서 수석으로 보험사 개발부에 근무하지만 특유의 고지식함과 눈치 없음으로 인해 미운털이 박히고 결국 영업직으로 보직전환이 됩니다. 그러는 와중에 만년 교감 아버지는 드디어 교장 승진이 되는 경사가 생기지만 그 뒤에는 승진로비를 위해 어머니가 끌어쓴 사채빚이 도사리고 있지요. 당장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집안이 빚으로 휘청거릴 위기가 찾아온 겁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남자가 감성영업의 황제, 전직 최고의 롸비스트 전설의 허고수란 사실을 알게되고 보험영업왕이 되기 위해 그의 수제자가 되기로 마음 먹습니다.


일단 전 캐스팅 자체가 마음에 들었어요. 세치 혀로 사람을 사로잡아야 하는 영업의 신, 아부의 왕이 되기 위한 주인공으로 어눌한 말투가 전매특허인 송새벽이라니요. 일단 궁금하지 않습니까? 과연 그를 어떻게 써먹을지 말입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이런 기대에 부응합니다. 허고수를 만나 자신의 틀을 깨고 점차 아부의 왕, 보험왕이 되어가는 동식을 보여주는 거죠. 송새벽이 연기하는 동식은 여전히 좀 어눌하고 더듬거리지만 부가적인 시선맞추기, 관음미소 등의 필살기와 사람의 허를 찌르는 컨텐츠로 승부한다는 설정이고요. 과장되고 너무 연극적이긴 하지만 동식이 보험을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허고수의 비법을 통해 보험왕이 되는 과정은 재미가 있어요.


하지만 동식의 헤어진 여자친구, 허고수의 예전 파트너 등이 등장하며 '한탕'을 위해 판이 커지는 후반부에서 극은 힘을 잃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크게 벌인 판에 비해 이야기가 매우 허술하다는 거죠. 마지막 결말부는 옛날 어린이용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악당 퇴치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옛연인이 자신의 작업상대의 부인이란 사실을 알고 난 후로 동식 캐릭터는 매력이 사라져요. 그냥 초반부의 동식으로 돌아가버렸는데 주위 사람들은 '역시 수제자야' '청출어람이네'라는 식으로 그를 추켜세우니 관객 입장에서는 갸우뚱 할 수 밖에요. 게다가 판이 커지고 레벨이 올라갔는데 동식의 아부 방식은 오히려 후퇴합니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죠. 차라리 그가 흔들려서 위기에 처한다는 상황을 넣던가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얘기는 어찌저찌 흘러가니 이입이 되질 않더군요.


이래저래 욕심이 많이 느껴지는 영화였는데요 풍자극으로서의 시류를 반영한 시도들도 종종 보이고 (도덕적으로 완벽하신..ㅋㅋ) 사기와 아부의 오묘한 경계에 서있는 성동일의 허고수 캐릭터 묘사도 신선했어요. 하지만 결말이 약하면 전반이 아무리 좋아도 맥이 풀리는 게 2시간 짜리 상업영화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김성령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동식의 멘트는 결코 아부가 아니라니깐! ㅋㅋ


성동일의 개인기가 여지 없이 터져줍니다. 영화 웃음의 팔 할은 그가 연기한 허고수로부터 나오죠.


송새벽의 변함없는(?) 연기톤은 아직 유효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도 슬슬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겠죠. 완벽한 연기변신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라는 걸 보여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예능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영화 속 모습이 연기가 아니더라고요. 그렇다는 건 아직 보여줄 게 많을 수도 있다는 거겠죠. 개성과 타성의 경계에서 다음 작품이 기대반 걱정반 일 수 밖에 없네요.


근데 동석은 영화 속 시간에서 잠깐 불행했을 뿐이지 전체적으론 엄청난 행운아인 듯 싶네요. 남들은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기인을 턱 만나질 않나. 마음만 먹으면 보험상품도 척척 개발하고, 보험왕도 척척 되는 포텐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대학시절 첫사랑은 대기업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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