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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무서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4편.. 아니 브릿지까지 합치면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호러입니다.


브릿지, 무서운 이야기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지원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잡혀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딘지도 모를 방에 갇힌 채 상대가 무시무시한 인간임을 직감한 그녀. 한 마디 말도 없이 글로 이야기를 걸어오는 범인은 살고  싶으면 자신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합니다.

첫번째, 해와 달

전래동화 해와 달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야기입니다. 남매 홀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집. 오토락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사이 침입자가 들어오고 남매는 그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다닙니다. 꿈과 현실이 묘하게 엇갈리는 속에서 이들 앞에 정체불명의 귀신마저 나타나는군요.

짬뽕 같은 이야기입니다. 여러가지 쟝르가 겹쳐져 있어요. 낯선 이로부터의 전화나 할로윈 처럼 미성년만 있는 집에 들이닥친 살인마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원한 맺힌 귀신이 나오기도 합니다. 심지어 진상이 드러나는 후반은 사회비판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지요. 하지만 소재들이 제대로 섞이질 않아서 뒷맛이 찝찝합니다. 욕심을 너무 부렸구나 싶어요. 충격효과나 호러 요소들을 줄이고 원래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했거나 후반부 반전을 없애버리거나 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야기의 전달 방식을 좀 더 고민했어야 하고요. 집을 지키는 남매의 공포를 그리는 부분은 그래도 좋았습니다.


두번째, 공포 비행기

연쇄살인범을 압송하는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한정된 공간에서 살인마와 마주치는 여주인공이라는 슬래셔 공식에 귀신이야기가 소스로 첨가되었습니다. 사실 귀신 부분은 살인마의 환영에 가까운지라 양념 이상은 아니고 그보다는 스튜어디스 여주와 살인마의 대결에 집중한 이야기입니다. 비행기라는 한정공간을 상정한 덕분에 적은 예산 안에서도 꽤나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폭력 묘사도 대차게 나가는 구석이 있고 분장들도 좋아서 고어적 요소도 보는 재미가 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한 설정 덕에 재밌게 보면서도 살짝 캥기는 기분은 있지요. 짠돌이 한국경찰이 '고작' 연쇄살인범 하나 압송하겠다고 전세비행기라니요. 거기에 유니폼 여승무원이 탑승하는 것도 웃기고. 미국 영화에서 종종 사용되던 설정인데 그 동네야 땅떵이가 워낙 넓으니 비행기가 대안에 포함되고 연방예산에서 빼쓸수도 있고 하니 어느정도 이해하고 넘어가제만 한국에서야... 기껏해야 경찰헬기로 수송하는 정도겠지요.


세번째, 콩쥐, 팥쥐

첫번째 이야기처럼 전래동화 콩쥐팥쥐에서 설정을 가져왔습니다. 빌어온건 기본 설정과 캐릭터 정도이고요. 심지어 콩쥐와 팥쥐의 역학관계는 뒤빠뀌어있고 성격도 콩쥐나 팥쥐나 똑같이 짜증스럽습니다. 진짜 이야기는 '왕자님' 부분이지요. 왕자님 대신에 60이 다되었는데도 30대 정도로 보이는 미남자 회장님으로 대체되어 있는데 이 설정에서 충분히 이야기가 예상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결말은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아요. 대신에 끔찍한 악몽 같은 고어신과 고문 장면에 힘을 싣지요. 의붓딸 결혼식에 애가 몸이 아프다며 자기 딸을 대신 밀어넣는 엄마 같은 (현대에선) 말도 안되는 설정만 무시해준다면 꽤나 괜찮은 고문호러가 펼쳐집니다. 남보라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악녀 연기에다가 고문피해자 역할까지 연기하는데 꽤 괜찮아요. 그대로 오밀조밀 하관때문인지 이 아가씨는 여전이 애기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네번째, 앰뷸런스

국내에서 드문 좀비호러입니다. 좀비들이 그닥 나오지 않고 역할도 크지 않아요 대신에 좀비 감염여부를 두고 대치하는 전문가들의 악다구니를 그리지요. 자세한 설명 없이 설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연출이 좋았습니다. 이야기도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요. 결말부분의 반전도 저는 좋았어요. 좀비란 단어를 끝까지 꺼내지 않는 부분도 흥미로운 점이고. 보통 쟝르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너무나 조악해서 서글펐던 기존 좀비물과 달리 제대로 된 좀비영화입니다. 간호사 역의 김예원은 얼굴이 눈에 익었는데 어디서 봤더라.. 싶었더니 써니에서 순간이동 기술 선보이던 소녀시대파 짱이더군요.


전체적으로 고어의 강도가 높은 영화입니다. 19금 판정 받은 것도 당연한 거죠. 제대로 전달하자면 무서운 이야기라기 보다는 끔찍한 이야기 정도가 어울려요.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물론 호불호가 나뉘기야 하겠지만 이런 영화들도 1년에 한 편 정도는 나와줘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