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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공모자들

공모자들



김홍선 

영화는 2009년 중국에서 보도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합니다.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아내가 납치되고 나중에야 변사체로 발견되었는데 주요장기가 사라져있더라는 사건이라는 군요.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가 진짜 벌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상업장편영화로 옮기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임창정이 연기한 영규가 장기밀매에 실패하는 프롤로그격의 과거를 보여주면서 시작한 영화는 현재로 넘어와 영규 일당의 일상을 통해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밀매상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을 위한 판을 벌이는 거죠. 흔히 말하는 보따리상 아줌마들이 나오고 마린보이에서 다루어졌던 마약밀매 같은 것을 보여주며 동시에 '내가 이만큼 조사했소...'라는 현실감을 부여하려 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영규를 비롯한 뒷세계 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리는 건데요. 후반부 이야기의 흐름을 위한 중요한 복선들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솔직히 지나치게 길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중국행 배에 올라 일이 벌어질때까지 거의 절반 가까운 런닝타임이 지나가거든요.

일단 배에 오르면 상호(최 다니엘) 부부, 영규 일당, 그리고 영규가 짝사랑하는 여행사 직원 유리 부녀를 오가며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됩니다. 아마도 영화를 통털어 가장 긴장감 넘치는 부분은 배 위에서 벌어지는 납치 사건 부분일 겁니다. 공해상에서 그것도 사방이 막힌 배 안에서 사람을 납치해 장기를 적출한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위험하고 그래서 억지스러울 수 있음에도 꽤나 설득력있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걸 보면 공을 많이 들였구나 싶어요.

하지만 영화는 배가 중국에 닿은 후로 급격하게 틀어집니다. '파국' 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될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데 철저한 사전조사에 기초하여 무리없이 흘러가던 앞과는 달리 여기서부턴 너무 작위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물론 복선이 깔려있어요. 결말을 알고 보는 사람이라면 여기저기 던져둔 떡밥들을 캐치할 수 있습니다. (예, 전 어쩌다보니 스포일러 당한 채로 영화를 보고 말았지요..ㅠㅠ) 그럼에도 억지스럽다고 느껴지는 건 반전을 거듭하는 후반부의 전개 흐름이 작위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병원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지나치게 편하고 친절해요.

결말이 아쉬운 영화입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알겠지만 에필로그는 사족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무엇보다 중반부까지 이어진 영화의 '톤'과 다르다는 게 문제겠지요. 적어도 중반까지는 도가니 류의 사회고발적 리얼리즘이 느껴졌어요 중국도착 이후로 이런 느낌을 확 걷어버리고 지나치게 극적으로 몰아가려는 욕심이 아쉽습니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였겠지만 좀 더 세련되게 구성할 방법도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소재만큼이나 화제가 된 건 임창정의 연기변신입니다. '비트'이후 쭈욱 이어진 허세작렬 못난이 개그 캐릭터에서 벗어나 이번 영화에서 그는 심각하고 진중한 악당을 연기합니다. 거의 웃지도 않고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 그의 모습은 근래 작품에서 보기 힘든 것이었죠. 꽤나 성공적입니다. 어색함이 없고 영화를 끌고가는 힘도 여전합니다. 연기변신이라곤 하지만 기본적인 캐릭터가 이전과 비슷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겁니다. 사람을 납치, 살해하고 장기를 빼가는 일에 가담하는 인물이지만 진짜 악당은 아니거든요. 상황에 적응하며 생존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인물이지만 가슴 속 어딘가에 따뜻함과 양심을 품고 있다는 식이지요. 후반에 드러나는 진짜 악당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이런 모습이 더더욱 드러나면 결국 이전 캐릭터들과 유사해져요. 이전 캐릭터가 허세가득 양아치 같지만 알고보면 성실한 남자였다면 이번 캐릭터는 악의 가득한 악당이지만 알고보면 착한 남자 뭐 그런거...

영화를 통털어 가장 불쌍한 사람은 실종자 채희겠지요. 필모에 이 영화 달랑 하나인 걸로 보아 데뷔작으로 짐작되는 배우 정지윤도 영화에서 가장 고생한 배우 중 하나 같고요. 생각해보니 주연격 여자 캐릭터 둘 모두 도구적으로 활용되었다는 느낌이 강해요.

 

조윤희 동료역으로 구지성이 나오네요. 뭔놈의 여행사가 얼굴만 보고 뽑나 인물들이 전부 레전드.

김재화는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으로 나오는데 춘자란 이름으로보나 한국 여권으로 보나 한국인이 분명함에도 조선족으로 보여요. 전작 코리아의 영향일까요? 아님 그냥 느낌 자체가 그런 걸까요? 검색해보니 황해에서도 조선족으로 나온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분 이제 겨우 80년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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