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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테이큰2

테이큰2


 

전작에서 딸내미가 자기 말 안 듣고 외국나가선 인신매매범들한테 걸려주는 덕분에 아버지 체면도 세우고 가정의 화목도 어느 정도 회복한 주인공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는 이제 외국 출장까지 다니며 VIP경호업무로 제법 짭짤한 수입도 올리고 딸과도 정기적으로 만나 운전연수도 시켜주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평화로운 일상에 적응하기 힘든 주인공인 덕에 여전히 덜컹거리는 구석은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전처 레노어가 남편과 불화로 예정된 여행계획이 취소되고 마침 이스탄불 출장이 잡혀있던 브라이언은 '그럼 나 일끝날때 맞춰서 오지 않을래, 뭐 꼭 오란 얘기는 아니구 흠흠' 츤데레 짓을 합니다. 거기 맞춰서 아내와 딸도 '생각해볼게' 식으로 흥핏쳇 하다가 느닷없이 서프라이즈 등장하고... 여튼 이렇게 브라이언 패밀리가 돈 펑펑 써가며 하하호호 홈드라마 찍고 있는 사이 한쪽에선 음울한 얼굴로 복수를 다짐하는 패밀리가 있었으니, 전편에서 여자애 하나 잘못 납치했다가 모조리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게 된 악당 패거리 중 한 명의 아버지이자 범죄조직에서 힘 좀 쓰시는 형님입니다.

 
이야기는 전편의 변형입니다. 외국 나갔다가 물정 모르고 납치당한 딸내미 구출작전이었던 전편과 달리 이번엔 개인적 복수의 대상이 된 브라이언 패밀리 중에서도 브라이언 본인과 아내가 동시에 납치된다는 설정이지요. 그리고 전편에선 하는 일 없이 민폐만 끼치던 딸내미는 이번에는 우연하게 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아빠를 돕겠다고 나섭니다. 어찌저찌해서 적의 손아귀에서 브라이언이 벗어난 후반은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고요. (니 아버지 뭐 하시노? / 브랑이언인데예 / 뭐? / 아저씨 실수하셨는데예)


전편도 그렇고 이번 영화도 그렇고 리암 니슨이 연기하는 천하무적 브라이언 캐릭터를 내세운 무대포 액션인 듯 하면서 여기저기 꽤나 그럴듯한 장면들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납치된 브라이언의 위치를 파악하기 이해 본인과 딸이 지도와 수류탄으로 추리를 벌이는 장면은 제법 그럴듯해요. 물론 이런 부분보다는 황당한 설정이나 장면들이 여전히 더 많기는 합니다만.

전작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전의 설정을 살짝 뒤집어 역학관계를 잡는 구성 등은 꽤 공을 들였구나 싶지만 아무래도 전작보다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지우기 힘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내달렸던 전작의 끝없는 추격과 달리 이번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역학관계와 분위기가 바뀌는 구성이란 점도 꽤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나 긴장감을 한껏 높였던 전반부의 납치 - 탈출까지의 전개에 비해 후반부가 좀 싱겁게 끝나는 느낌도 있고요.
 


한 시간 반 가량의 런닝타임이 꽉 차있는 영화입니다. 명절에 팦콘 들고 보기에 적당한 액션영화이고요. 리암 니슨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한 탓에 한 편 정도는 더 속편이 보고싶어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젠 좀 다른 적과 설정들을 가져와야겠지요.

+ 전작 개봉 후 최악의 여자친구로 '아빠가 리암 니슨' 이란 농담이 있었는데 그 농담의 주인공이 드디어 등장합니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