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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시니스터 (살인소설)

시니스터(개봉명:살인소설)
 


스콧 데릭슨
 

<2012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논픽션 작가 엘리슨은 10여년 전 쓴 책에서 경찰이 놓친 증거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정말 진범이 밝혀짐으로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입니다. 그 후로도 비슷한 책들을 꾸준히 썼으나 헛다리만 짚으며 지지부진 고만고만한 책만 써내는 실정입니다. 돈 벌겠다고 저널리즘 관련 교과서 쓰는 현실이지만 그의 꿈은 제2의 트루먼 카포티가 되는 거지요. 이번에도 새로운 책의 집필을 위해 일가족 몰살 사건이 벌어진 마을로 이사를 온 그는 여러가지로 부담이 심하지요. 책이 팔리질 않으니 작가로서의 경력은 흔들리고 수입도 줄어들어 예전에 사놓은 저택은 처분해야 하는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제값 받아 팔기는 힘들고 책 쓰기 위해 사건이 벌어진 마을, 그것도 범행현장 근처러 이사다니는 생활에 (엘리슨은 일가가 그 곳으로 이사해 살면서 현장 옆에서 취재하면 글을 쓰는 스타일인 모양입니다. 하긴 그런 방식이었으니 진짜 범인을 알아내는 행운도 있었겠죠) 가정도 속이 곪아터지려 하고 있죠. 하지만 이사 첫날 다락방에서 발견한 슈퍼8 필름들이 수십년에 걸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단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옛날의 영광을 넘어 일생일대의 역작을 써낼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일들은 꼬여가기 시작하고요.



에단 호크 주연에 익숙한 배우들이 꽤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예산이 그리 넉넉치 않았을 거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단 영화의 9할이 엘리슨의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지요. 슈퍼8필름에 담긴 사건 영상들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제작에 돈이 크게 들어가는 것들은 아니고요 초자연적 사건들이 다루어지긴 하지만 이 역시 따져보면 특수효과가 크게 필요한 장면들이 있는 건 아닙니다. 작정하고 저예산으로 찍어내려는 기획, 그러니까 저비용 고수익을 목표로 한 전형적인 공포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이 잘만 만들면 신선하고 괜찮은 경우들이 종종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이 영화는 어떤가 하면, 예산을 적게 들이길 잘했어...라고 할까요. 일단 영화가 재미있긴 합니다. 공포로서의 효과도 충분하고 연기도 괜찮아요. 하지만 저예산 공포영화들이 빅히트를 치는 경우에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새로움'이나 '기발함'이란 측면에선 약합니다. 굉장히 고전적인 이야기 구조를 뻔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인물들도 많이 보이고요. 결말도 쉽게 예상이 됩니다. 약점과 강점이 굉장히 선명히 구분되고 강점에 비해 약점이 많은 영화지요.

 
그럼에도 전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어요. 일단 복잡다단하게 꾸며놓은 설정들에서 정성이 느껴집니다. 흔해보이고 살짝 조잡해 보여도 제작자의 노력이 느껴지는 수공예품을 대할적의 느낌과 비슷한거죠. 영상이나 공포효과 측면에서도 기본기가 튼실해서 영화 보는 내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더군요. 다만 극장처럼 사운드가 빵빵한 환경에서 보아야 제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운드와 음악 모두 백분 활용하는 영화입니다)

공포물이지만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갈등, 주인공 내면의 갈등이 묘사되는 드라마가 그럴싸합니다. 이런 이야기에선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데 이게 잘 구성되어 있으니 심심하지가 않더군요. 특히나 새 책과 관련해서 Legacy 타령하는 엘리슨에게 '너에게 가장 소중한 유산은 니 애들이야!' 아내가 일갈하는 부분 같은 거요.

아래 스포일링에서도 밝히겠지만 설정이 너무 복잡해서 억지스런 부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슈퍼8 필름에대한 집착 덕분에 뻔한 클리셰도 등장하지요. 필름을 그냥 흰 천에다가 영사하는 것을 디캠으로 찍은 영상을 확대하니까 미처 보지 못했던 선명한 확대영상이 나오는 부분 같은 거 말이죠.




<스포일러> 처음엔 엘리슨을 데리고 장난치는 진범이 숨어있는 듯 전개되던 영화는 중반부터 초현실적 사건임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알고보니 살인사건엔 부굴이라는 고대의 악마가 개입되어 있었던 거지요. 살인사건은 부굴의 양식인 '어린영혼'을 얻기 위한 일종의 희생의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굴이란 악마녀석 참 고지식합니다. 일단 슈퍼8필름의 활용 부분은, 첫 사건이야 그때 필름이 처음 개발되었고 새시대에 맞추어 영업방식을 바꾼 거라고 쳐준다해도 지금까지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잖아요. 컴퓨터 동영상이니 인터넷 스트리밍이니 일반화된 것이 언젠데 아직도 슈퍼8이랍니까? 게다가 이사와 관련된 규칙들도 그래요, 이건 전설과도 딱히 관련 없는 자작규칙... 덕분에 사건 사이의 시간차가 들쑥날숙이지요. 보통 이런 악마들은 몇 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제물 받아먹는 게 일반적인데 얘는 자기고집이 있어서 여건되면 1년도 안되어 희생자를 만들기도 하고 아님 10년 넘게 기다리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악당이라지만 참 피곤하게 사는구나 싶더라고요. (어떤 면에서 친절하다 싶을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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