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ncy's critic

[영화] 루퍼 - 라이언 존슨

루퍼


라이언 존슨
 

2044년의 근미래 주인공 조는 루퍼라는 특이한 이름의 암살자입니다. 그의 업무는 간단해요 커다란 샷건을 가지고 지정된 장소와 시간에 기다리다 갑자기 허공에서 뿅 나타난 사람을 싸죽이고 시신을 처리하는 거죠. 이 사람들은 타임머신이 개발된 30년 후 미래에서 타임워프 되어진 타깃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시신처리가 어려운 미래에 뒷세계 인물들이 시체처리의 수단으로 역시나 불법장치인 타임머신을 이용한다는 거죠. 그러나 루퍼(LOOPER)란 명칭과 달리 이들의 인생은 순환선이 아닌 편도입니다. 종종 미래의 자신을 직접 처리해야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죠. 미래에 어떤 이유던 암살대상이 되면 스스로 처리를 하고 한 몫 두둑하게 받은 뒤 은퇴해서 30년후 암살대상이 되는 시점까지 맘대로 사는 겁니다.

 
이상합니다. 이상해요. 루퍼의 말로에 대한 설정은 운명론적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자신을 현재의 내가 직접 죽인다는 발상은 역의 경우처럼 타임 패러독스를 만들진 않지만 시간의 흐름이 단 하나 또는 그 하나의 미묘한 변주 정도로만 머무른다는 얘기지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비슷합니다. 자신이 암살당할 정도로 멍청한 짓을 30년 후에 하게 되리란 것을 안다면 이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지 않으려면 30년후의 자신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야하고 그런 상황을 맞이하려면 다시 그 일을 저질러야 하고... 네 이제야 진정한 Looper같군요.



재미있는건 영화에서 다루는 시간여행은 이런 설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거죠. 영화속 시간여행자들은 철저히 현재의 현상에 지배받습니다. 예를들자면 현재의 내가 큰 상처를 입게 되면 미래의 나 역시 그런 흉터를 갖게된다는 식이지요, 시간여행을 통해 현재의 시간으로 와있더라도 말입니다. 이런 설정을 통한 매우 독특하면서도 기괴하고 무서운 협박/고문 장면이 나옵니다. 그 설정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여기에 대해 딱히 설명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그냥 '엄청 머리아픈 설명이 있지만 그냥 넘어갑시다' 정도로 메꿔요. 비단 흉터만이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의 기록인 기억 역시 현재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받지요. 미래의 나는 나름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여행을 통해 현재의 역사를 바꾸게 되면서 기억 역시 대체됩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타임 패러독스는?

시간여행에 대한 흥미로운 발상과 그것을 통한 감정적 이야기들이 흐르지만 설정은 의뭉스럽고 설명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런 설정의 구멍을 살짝 무시하고 넘어가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훈계당하는 현재의 나, 변화되는 기억 때문에 시간여행의 목적을 잃어버릴까 기억의 편린을 부여잡는 시간여행자, 결정론적 운명과 주도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선택적 운명을 주장하는 양측의 대결, 선성설과 성악설의 대립까지. 논쟁적 거리들은 시간여행이란 소재와 얽혀 런닝타임 내내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줍니다. 감정선이나 이야기의 플롯도 일정 수준 이상입니다.

 
조셉 고든 레빗은 부르스 윌리스의 젊은시절이란 역할을 위해 특수분장을 하고 나옵니다. 미간과 코 부분을 집중적으로 변화시켰는데 이상하다는 반응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부르스 윌리스의 특징을 잘 잡아낸 분장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부르스 윌리스 특유의 표정이나 행동을 적절히 모사하는 조토끼군의 연기 덕분에 꽤나 설득력을 가집니다. (물론 두 배우가 그닥 닮은 꼴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부르스 윌리스는 완전 민머리가 아니라 살짝 숯이 올라온 상태로 등장하는데 백발도 그렇고 벗겨진 머리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서 아 저분도 이제 꽤나 늙었구나 싶더군요.
 


에밀리 블런트의 팬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중반 이후에야 첫 등장을 하는데다가 기존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요. 모르는 사람은 과거의 그녀와 연결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스트리퍼 수지 역의 파이퍼 페라보는 어디서 봤더라 했더니 코요테 어글리의 그녀더군요. 

영화 속 미래 경제는 중국이 지배한 모양입니다. 인민화가 달러를 대체한 세계에요. 불과 10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이 차지하던 자리를 이제 중국이 스리슬쩍 가져갔네요. 

'clancy's crit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회사원 - 임상윤  (0) 2012.10.16
[영화] 점쟁이들 - 신정원  (0) 2012.10.14
[영화] 사파이어  (0) 2012.10.12
[영화] 시니스터 (살인소설)  (0) 2012.10.11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 - 픽사  (0) 201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