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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점쟁이들 - 신정원

점쟁이들


신정원

 
울진리라는 마을에 고인 원혼을 풀어주기 위한 천도제를 위해 전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유명한 점쟁이들이 모여듭니다. (정말 점쟁이부터 목사까지 점쟁이라고 일괄하여 칭하기엔 무리가 있는 구성이지만 극중 무리들끼린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네요) 하지만 마을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의 공격을 받고 혼비백산한 무리들은 천도제 당일 또 다시 강력한 악령의 존재에 압도되고선 짐을 싸서 도망칩니다. 결국 금전적 이해관계, 사제간의 사연, 가족이 얽힌 인연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떠나지 못한 5명의 점쟁이와 이들을 취재하러 온 1명의 기자만이 남아 울진리라는 마을에 숨겨진 사악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나흘을 보내게 되지요.

 

구성면에선 감독의 전작 차우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기획도 그렇고 영화의 톤도 그렇고 특유의 생뚱맞은 코미디까지 차우와 닮은 꼴인 영화죠. 스토리가 차우보다는 좀 더 탄탄하고, 제정신이라는 점이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 등. 전작보다는 조금 더 상업화 된 느낌도 있어요. 그럼에도 시실리, 차우, 점쟁이까지 이어지는 신정원 감독의 필모는 '감독의 영화'라고 불러줘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있지요.

한참 유행하던 깡패코미디(시실리), 괴물의 성공에 힘 입은 헐리웃식 괴수 스토리(차우), 도둑들 기획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 싶은 헐리웃 앙상블 영화 프레임에 시골스릴러 쟝르의 접목(점쟁이들) 처럼 시놉이나 기획만 보면 신정원 감독의 영화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틀에 박힌 기획형 상업영화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까고 보면 딱히 그런건 아니란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죠.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코믹 센스입니다. 흔히 말하는 '낯설게 하기' 방식의 변주들인데요. 기존의 상업영화 공식에 따라 흘러가는 척 하면서 어느 순간 관객의 예상을 빗나가는 장면들이 나오고 이게 끝간데 없이 쭈욱 곁가지로 빠지는가 싶으면 어느 샌가 정색하고 다시 본래 스토리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차우에서 엽사들과 주인공 커플이 산 속에서 숙식해결하는 장면이라던가 이번 영화의 하일라이트에서 악당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 같은 게 대표적이겠죠.
 


이런 식의 코미디는 어쩔 수 없이 취향을 탑니다. 기대하는 바에 따라서 먹힐 수도 있고 아예 안 먹히고 오히려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거죠. 지금도 차우 시사회 때 엔딩크레딧을 보며 벙쪄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이거 대체 뭐꼬?'라거나 '드럽게 재미없네'라거나 하는 말들이 터져나오는데 이해가 가더라고요. 점쟁이들은 그나마 차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덕에 이런 반응은 덜하리라고 봅니다만 여전히 생경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봐요.

결론적으로 슬슬 상영 이 주차에 들어가는 현재 80만을 겨우 넘긴 스코어를 보면 여전히 대중적으로 먹히는 영화는 아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꽤나 재미있게 봤고 박수를 쳐주고 싶은 구석이 많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상업영화의 다양성이란 관점에선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죠. 한국영화는 헐리웃 흉내만 내지 개성이 없다고 비꼬는 외국인에게 자신있게 내보일수 있는 똘기스런 영화 말입니다. (저예산 쪽으로 가면 좀더 소스가 풍부하겠지만, 중급 규모 이상의 일반 상업영화에서 이런 개성 강한 작품을 찾는 건 점점 힘들어지고 있잖아요)

나름의 설명은 있지만 아무래도 김수로와 이제훈의 관계는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인지 영화 후반까지도 이들의 촌수를 다르게 계산하려는 관객들이 있더군요. 
 


김윤혜는 예쁘네요. 인공 캐릭터 같아 보일 정도로 비현실적이던 모델시절도 그랬지만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모습도 예뻐요. 이제 제법 성장을 했는데 다행히 '역변'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거 같고.

 
강예원은 저에겐 하나의 미스터리입니다. 특별히 매력적이거나, 경천동지하게 예쁘거나, 소름끼치게 연기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알짜배기 캐스팅을 가져가는 거 보면 말이지요. 주로 캐스팅되는 역할이 점점 고정되어가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연기에 특화해 인기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이 사람보다 더 잘할 배우들은 얼마던지 있을 것 같거든요. 뭐... 앞서 쟝르 다양성 운운하는 입장에서 할 소리는 아닙니다만.

자금문제 때문인지 어쩐지 몰라도 이 영화 개봉전 티저 마케팅에 쓰인 예고편은 너무 소박하다 못해 애처로운 지경입니다. 처음엔 새로 시작하는 시트콤 홍보물인 줄 알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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