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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회사원 - 임상윤

회사원



임상윤

 

자신을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하는 간지나는 주인공(소지섭), 하지만 그가 다니는 회사는 겉으로는 금속가공회사지만 영업2부라는 부서명 하에 직원들이 대동단결하여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청부살인집행회사입니다. 주인공은 거기서도 에이스급(이자 동시에 과장급) 킬러고요. 

'회사원'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청부살인을 하나의 직업으로 묘사하며 너무나 익숙한 회사라는 조직의 틀 속에 집어넣습니다. 살인이란 요소만 제외하면 주인공 형도와 직장동료들의 일상은 친근하기 짝이 없습니다.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은 채 출근을 하고 상사 눈치보고 부하직원 관리하느라 골치 썩이고 언제 짤릴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그것과는 상관 없다는 듯 재수없게 구는 낙하산 상사에 심지어 여기서도 쩌리취급 받는 최하급민 계약직 아르바이트까지 있지요.

 
이런 설정에서 특히나 영화가 공을 들이는 건 사회생활하다 보면 다들 어디서 특강이라도 듣고 온 건지 비슷하게 내 뱉는 멘트들의 활용입니다. 일은 재미있냐라고 물으면 일이니까 하는 거죠라고 답한다거나 억울하게 잘리고 항의하러 회사에 찾아온 직원에게 우리 이러지 말자, 대표님 자리에 안 계신데요 운운 하는 식입니다. 바꿔 말하면 회사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수시로 느끼던 지랄맞은 상황을 던져놓고 펜과 서류 대신에 총과 칼을 쥐어 줌으로서 액션을 만드는 겁니다. 예전 직장 선배 하나가 '직장은 전쟁터다, 제대로 일하고 싶다면 항상 가슴속에 칼 한자루 가지고 다닌다는 심정으로 임해라'라고 겉멋 가득한 소리를 늘어놓던 게 생각나요. 각본가도 어쩌면 이런 선배 하나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절반은 부조리하고 스트레스 가득한 직장인들의 일상이고 킬러라는 소재가 만드는 판타지를 통해 잠시나마 그런 현실을 깨부스는 쾌감 같은 걸 주고자 했던건가 싶은 느낌도 있어요. 마지막 장면 소지섭을 보세요, 누구나 꿈꾸는 모습입니다. 정리해고 당하니까 회사가서 깽판치고 비리니 뭐니 죄다 고발해버려서 동땅 뒤집어 엎어 버리곤 쿨하게 사직서 던지고 나오는 모습 말이에요.
 


액션은 크게 주먹과 칼이 등장하는 맨몸액션과 총격전으로 나뉘는데요 전자가 홍콩과 헐리웃의 세련된 연출기술들을 빠른 리듬으로 꽤 그럴듯하게 성공적으로 모방하는 것에 비해서 후자의 총격전은 정통적인 방식 보다는 영웅본색 식의 환타지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방탄조끼를 입었다고 해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천하무적일 수는 없지요. 게다가 훈련받은 킬러들이라면 심장 다음으로 팔이나 다리를 조준사격 하거나 좀 어렵더라도 헤드샷을 노리는 식으로 접근했을 겁니다. 그러고보면 영화 속 킬러들은 허술한 구석이 너무 많지요. 일단 회사 시스템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그런 식의 위장을 할 필요가 있는가는 둘째로 치고서라도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요. 철저하게 신분위장하고 조직원들의 안위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어야 할텐데 조금만 수틀리면 정리해고 해버리니 것도 아닙니다. 이럴거면 그냥 점조직 운영이 효율적이죠. 전술적인 면에서도 최산장비 가지고 그럴듯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웃기는 노릇이죠. 제대로 된 킬러라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소리소문없이 죽이고 사라져야 합니다. 현대 헐리웃 영화에서 (또는 실제 전장에서) 킬러/암살의 모습이 저격이란 방식에 특화되는 이유도 거기있죠 하지만 이 영화 속 킬러들은 보통 잔뜩 폼을 잡고선 '나 킬러에요' 광고를 하고 난 후에 아주 어렵사리 일을 마무리합니다.

이야기는 좀 심하게 뻔합니다. 왜 남성 킬러들은 항상, 여자때문에 신세 망치는 걸까요. 물론 단순히 여자때문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그는 충분히 도망갈 기회가 있었지요. 대체 사랑이 뭐길래 그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남녀상열지사가 그렇게나 대단한 건지 제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평이하죠, 킬러 회사원이란 설정을 너무 믿었던 건 아닌가 싶은 순간들이 많았어요.

전형적인 인물 틀에 갇혀서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 형도나 미연, 보스 등등과 비교해 곽도원이 맡은 낙하산 상사는 현실에 안착한 개성강한 인물입니다. 군대시절, 직장 다니던 시절에 이런 상사 한번 쯤 보신 적 있지 않나요?
 


이미연이 유미연이란 왕년의 스타로 나오는데 심지어 본명은 육미연이랍니다. 네, 2미연과 6미연...

아이돌인 제아의 동준에 대해서도 '가수' 드립이 나오더군요.

 
새를 이용한 메타포는 노골적이란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너무 자주 나와서 식상하더군요. 마지막 한 번 정도로 집중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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