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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 - 픽사

메리다와 마법의 숲


마크 앤드류스, 프랜다 채프먼
 

원제는 Brave입니다만... 아마도 유사한 제목의 영화(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474)때문에 제목을 바꾼 듯 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영화의 원제는 따로 있다는-True Grit-게 함정)

 

스코틀랜드 어느 나라 공주로 태어난 주인공 메리다는 호기넘치는 푼수 아빠와 지적이고 우아한 엄마 그리고 장난끼 가득한 세쌍동이 동생 왕자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만 장녀이자 유일한 공주라는 게 문제입니다. 엄마는 그녀에게 공주로써의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지만 자연과 벗하며 마상궁술에 심취한 신궁 소녀에게 전통과 규율로 가득한 공주로서의 일상은 감옥 같기만 합니다. 메리다는 고X달고 태어났으면 장군감이었을 사람이거든요. 그러던 차에 동맹 관계 유지를 위한 규율에 따라 영주의 장자들 중 하나와 결혼을 해야하는 상황에 닥치자 결국 메리다는 깽판치고 (나도 장녀니까 스스로를 선택하고 자유결혼 하겠소!) 궁을 뛰쳐나왔다가 이런 이야기들이 흔히 그렇듯 숲속에 사는 마녀(스스로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를 만나고 여차저차하다보니 엄마가 주술에 걸려 곰으로 변해버려요. 그런데 식인 곰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는 곰만 보면 잡아다가 가죽을 벗겨야 직성이 풀리는 판이고 주술을 빨리 풀지 않으면 엄마는 영원히 곰으로 살게 될 처지입니다.

 

이전 픽사 영화들과는 달리 전통적인 공주와 마법 이야기입니다. 저주에 걸린 게 왕자님이 아니라 엄마인지라 일반적인 러브스토리 대신 모녀간의 갈등과 가족의 소중함, 소녀에서 한 명의 여성으로 자각하는 주인공 같은 결말로 흐르긴 합니다만 픽사/디즈니의 프리즘에서 본다면 디즈니 쪽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흥행이나 평가 면에서 이전 픽사 영화들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이야기의 갈등이나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도 어딘가 심심합니다. 이전 픽사 영화들의 클라이맥스에서 보이던 고조와 감동에 비해 약해요. 갈등의 요소가 너무 뻔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도 전형적이긴 하지만 이건 이전 픽사 영화들도 크게 다르지 않지요. 하지만 이전에는 보는이의 심금을 쥐어짜는 무언가가 있었단 말입니다. UP 같은 영화처럼 후반부는 비실비실해도 전반부에 한 방 정도는 있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데 이번 영화는 전체적으로 평이해요. 잽은 적절히 날리는데 한 방이 없는 권투선수 같은 느낌이랄까...(비유 참 저렴하네요)

기술적으로는 역시 픽사 소리가 나옵니다. 이전에 디즈니 라푼젤에서 주인공의 머리카락 표현에 점수를 높게들 주던 게 기억나는데 이 영화에선 한층 더 놀라운 머리카락 표현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메리다는 곱슬머리거든요.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얽히고 상황에 따라 삐져나오는 머리카락의 표현은 무척 실감나면서도 놀라운데 덕분에 주인공 클로즈업 장면에선 얼굴보다 머리카락에 눈길이 더 가더군요.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스코틀랜드 자연풍광이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곰이나 말 같은 동물의 표현도 인상적이었어요.

 
동맹부족의 이름이 딩월, 맥거핀, 매킨토시입니다만. 딩월은 스코틀랜드 자치주 이름중 하나이고, 매킨토시는 스코틀랜드 건축가 이름이고 맥거핀은 음음... 뭘까요?

아이들은 이 영화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까요. 메리다의 성장담이나 가족의 소중함 같은 부분보단 '계약할땐 계약서류 꼼꼼히 읽어볼 것' 같은 쪽이 더 강렬하게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마녀버젼 ARS 시스템이 인상적이더군요.

++

상영전 단편은 La Luna란 제목으로 달에 떨어진 별똥별을 청소하는 소년 이야기입니다. 픽사 단편 특유의 상상력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가득한데다 달과 소년이란 소재 때문에 팬시 디자인으로 써먹으면 좋겠다 싶은 장면들이 가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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