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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19곰 테드 - 세스 맥파레인

19곰 테드


세스 맥파레인

원제는 그냥 테드입니다. TED... 어디 가서 가방끈 알꿀린다는 언니오빠들이 나와서 야부리 까는 동영상 말고요. 테디베어 약어,애칭인 테드입니다. 그런데 앞에다가 19곰이라고 붙인 우리나라 네이밍 센스는 싫지 않아요. 정확하게 홍보 포인트를 잡은 거지요.

영화의 설정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테디 베어가 살아나 자신의 친구가 되었음 좋겠다는 어느 왕따 소년의 소원이 이루어져 진짜로 봉재인형이 살아난다는 황당한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이런 발단부는 디즈니표 영화나 아니면 디즈니표 달고 나오는 스필버그옹 영화에 어울릴 법 하지요. 실제로 시침 뚝 떼고 나레이션 까는 영화 전반부는 은근슬쩍 이런 분위기를 깔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건 어디까지나 시작이죠. 영화는 이 동화적 상상력을 성인용 섹스 코미디로 확장시켜보자는 아이디어를 내세웁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동화 같은 유년기를 지나 생존한 테디베어가 소년과 함께 어른이 되어버린다면 어떨까? 라는 거죠.

 
예고편에서 보여준 장면과 거기서 짐작할 만한 장면들이 나오는 코미디영화입니다. 말하고 움직이는 테디베어라는 설정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가족영화에 대한 기대를 비틀어 성인용 코미디로 방향전환한 영화는 여기서 한 번 더 기대를 배신하는데요. 살아 움직이는 '성인 버젼' 테디베어라는 아이디어 가지고 지저분하고 엽기적인 유며만 보여주다 끝이겠거니 하던 예상과 달리 제법 그럴듯한 은유를 담은 성장담이 펼쳐지더란 겁니다. 한 마디로 이야기가 제법 괜찮아요.

렌터카 대리점 사원이면서 별다른 야심 없이 마약에 취해 카우치 포테이토 짓이나 즐기는 한심한 청춘 존 베넷(마크 월버그)에게 BF인 테드는 동화적 상상력이 현실로 안착한 친구이면서 동시에 그의 과거입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어른이 되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지요. 사회라는 게 보통 어른이 되어야만 가질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지니까요. 성공, 사랑, 결혼, 육아 같은 거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버리고 잊어버리는 것들이 있으니 바로 과거, 그러니까 철없던 어린시절의 자신입니다. 베넷은 아직도 그런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어른아이인 채 살아가는 35살 남자이고 테드는 그가 이런 상황에 머물도록 하는 매개이자 버려야만 할 철없음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이미 어른의 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여자친구 로리가 베넷에게 계속 테드와 거리를 두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지요. '자기, 이제 어린애 짓은 그만 두고 철 좀 들어!'라고 소리치는 겁니다.

 

그래서 플래시 고든을 연기한 배우가 파티장에 나타났다는 말에 여친과의 약속도 잊고 달려나가는 베넷의 모습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플래시 고든 역시 그의 유년기를 상징하는 존재니까요. 영화는 테드와 플래시 고든 등으로 상징되는 어린시절을 버리고 여자친구 로리로 상징되는 어른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주인공의 갈등을 말하는 곰인형이란 소재로 제법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말은 제법 가슴 훈훈하고 사람에 따라선 눈물 한 방울 정도 흘릴 법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만 앞서 말한 성장드라마의 테두리에선 미완의 이야기로 남는다는 문제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모든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베넷은 다시 테드와 BFF가 되고 여친과의 묘한 3인 동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 보이지요. 성장드라마라고 했는데 결말에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물론 분명한 변화는 있지만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버림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정답인가라는 의문 말이지요. 마지막의 베넷은 분명 변화의 과정에 있고 제법 어른이 되었습니다. 눈가에 주름이 지고 뱃살이 슬금슬금 붙으며 자고 일어나면 새치가 늘어난다 해도 지금의 내가 탱탱하던 20년 전의 나와 다른 사람은 아닙니다. 달라져야 할 이유도 없지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빼기 보다는 더하기가 중요한 거 아닐까요. 
 


인상적인 카메오들이 보입니다. 일단 테드의 스토커로 등장하는 지오바니 리비시는 조연수준이긴 한데 정말 제대로 존재감을 보여주네요. 마크 월버그와는 작년 콘트라밴드에서도 함께 했었죠. 노라존스와 플래시 고든 샘J존스, 톰 스커릿 등 유명인들도 본인으로 등장해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보여주고요. ㅁ엇보다도... 라이언 레이놀즈. 그 역에 너무 어울려서 소름이... (그리고 나레이션은 테드 목소리와 같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크레딧을 보니 무려 패트릭 스튜어트...)

80년대 유년기를 보낸 미국 남자애들을 타깃으로 한 추억팔이도 인상적입니다. 스타워즈, 스튜어트 고든, 전격Z작전으로 익숙한 나이트 라이더, 인디애너 존스 등에 대한 오마쥬가 때로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숨어 있어요.

+ 후반부 베넷과 테드의 호텔 격투 장면은 본 시리즈의 패러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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