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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R2B 리턴 투 베이스


R2B : 리턴 투 베이스



광복절 기념...은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시간이 맞아서 봤습니다.
배달의 기수 2012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스토리라인이 아침드라마 수준입니다.
(다만 막장 설정이 없을 뿐...) 별 욕심도 야망도 없이 파일럿 다루는 이야기를 한국에서 만든다면?
이라고 했을때 10분안에 떠올릴 수 있는 설정들은 다 때려넣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나 특정 인물이 후반부에 사망하는데 
(스포일러라고요? 이런 영화에서 죽는사람 1명은 필수조건입니다)
영화 초반부터 작정하고 설정을 드러내서 보는 내내 죽음의 스텝을 밟고 있어.. 아...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저러다 살릴거야..라는 희박한 희망은 개뿔.

여군 캐릭터가 둘 나오는데... 정말 심하게 소모적입니다.
그냥 '여자 정비사' '여자 파일럿' 캐릭터 넣으면 할일은 다 했으니
이제 기존 여자캐릭터 하는 일이나 시켜야지라고 맘먹은게 빤히 보여요.

파일럿 역의 이하나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제가 작가였다면 차라리 이 사람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했을것 같아요. 이야기도 풍성해지고 뻔한 공식도 피할 수 있고
기왕지사 신파로 가는 거 작정하고 신파로 밀고 갈 수도 있을 것이고...
(뭐 이 경우엔 그런 상황에서 계속 파일럿 일을 할 수 있느냐는 비현실성이...)
그외엔 워낙 하는 일이 없고 출연분량도 적은게 가장 아쉽죠. ㅠㅠ

(여자 파일럿은 그저 거들뿐...)

신세경이 정비특기 중사로 나옵니다. 공사 합격했다가 신체장애로 입학을 못하고
부사관으로 입대했다는 설정인데. 그 장애라는 게 그닥 심해보이진 않아요.
파일럿이야 힘들겠지만 그라운딩해서 일반병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말이죠.
뭐 공사 제도를 잘은 모르니 확실하게 말하순 없지만 자신이 직접 포기한 게 아니고
입학거절될 정도의 장애라면 부사관이라고 합격시켜줄까 싶습니다.
그리고 말투... 사적인 대화라면 모를까 영내에서 중사짬으로 상관에게 
뭐뭐 했어요, 해요체 쓰고 다니다간 왕따 당하기 딱 좋겠죠. 
'다,나,까'로 끝내는 게 깔끔하고 리얼리티도 살았을텐데요.
나중에 정지훈과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해요체로 넘어가는 묘사도 좋을 것 같고.

(군대는 단지 연애하기 위한 곳... 머리는 풀어야 제맛 - 그물망 어쨌니?)

'적'의 설정은 너무 예상대로라서 김 빠지더군요. 하긴 외계인 침공이 아닌 다음에야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긴 합니다. 그런데 묘사가 너무 허접해요. 특히 마지막 하일라이트는...
이 장면을 넣어야 하는데 예산이 없어! 어떡하지!라고 소리치는 제작진이 느껴진달까.
이전까지 꽤나 그럴듯하게 그려지던 밀리터리적 요소가 작화붕괴..가 아니고 연출붕괴...ㅠㅠ
찰리 쉰이 나오는 람보 패러디 영화에서의 총격전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린 왜 나왔지? / 알면서 왜 물어?)

FA-50이 상당히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하네요. 이 부분은 신선했어요.
드디어 국산 전투기로 특수작전 벌이는 영화를 보는 날이 오는구나.. 감개무량.
(그게 국산이면 삼성자동차고 순수국산이다라는 딴지는 접어두시길)

+

왜 남주들의 격투는 탈의실에서 벌어지는 걸까요...
그리고 왜 그때만 갑자기 조명이 상부 핀라이트로 바뀌어 근육에 음영 잡아주는 걸까요

1. 탈의실이니까 상의탈의가 가능하다
2. '계급장 떼고 붙자'를 글자 그대로 묘사한 거다.

++


의외의 부분에서 디테일이 살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미에 이하나와 이종석 계급이 살짝 하나씩 올라가 있는 거라던가
(그런데 유준상하고 정지훈은 그대로인듯? 아니 왜?)
마지막에 조성하가 '그녀석 경례가 짦네'라며 멋쩍어 하는 부분이라던가
김성수가 정작 자동차 운전은 어설프게 하는 설정 같은 거요.

+++

공군으로 근무했으나 교육부대/보급특기인지라 비행기도 파일럿도 거의 구경할 일이 없었지만
그나마 겪었던 공사출신 파일럿/익스파일럿들을 곱씹어 보면 정경호 캐릭터가 가장 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