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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타워 - 김지훈

오늘 보고 왔습니다.



원래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볼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서 급선회...
결과적으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야 나중에 볼 거니까요)
사실 해운대로 실망하고 7광구에게 제대로 똥폭탄을 맞은 이후로
CJ의 대작 기획은 피하고 싶어지는 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광해는 봤겠지...)
그래서인지 타워 예고를 보면서도 시큰둥했습니다.
이거 봐야지! 싶은 맘이 전혀 들지를 않았죠 예고만 봐도 확 감이 오잖아요
'울어! 여기서 넌 울어야 해!'라고 외치는 듯한...

영화는 사전에 예상한 나쁜 점들이 당연하다는 듯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아예 첫 장면부터 '자 이건 비극의 서막이야'라는 듯 작위적으로 시작하죠.
사건의 배경이 되는 타워와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는 전반부는 그렇게 오글거리고
작위적이며 배우들도 따라서 학예회를 하고 있으나 미리 예상을 하고 가서인지
그럭저럭 넘어가더군요.


 
그러고나서 하늘정원의 크리스마스 파티,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됩니다. 영화 중반이 되기도 전에 어지간한 스펙터클은 다 터져요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름의 역할을 가지고 있는 재난영화임에도
이렇게 후다닥 내달리는 설정은 작위적이고 오글거리는 전반부의 괴로움을 줄여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만큼 감정이입하기 힘들어지고 인물들이 너무 빨리 감정적 시동을
건다는 단점도 분명했습니다. 설경구와 대원들이 처음 63층에 진입해서 화재진압을 하는
장면을 사전정보 없이 뚝 떼어서 본 사람이라면 아마 후반부 하일라이트라고 
착각할 지도 몰라요. 액션의 규모도 규모거니와 인물들의 감정이 이미 클라이맥스라고요...



개인적으론 기술적 부분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대규모 예산이라고 해도 헐리웃에 비하면 조족지혈인 상황에다가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값까지 감안한다면 (아마도 조금 후려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제한된 예산에서
효율적으로 돈을 쓰고, 쓴 만큼 확실하게 화면에 티를 내주었습니다.
완성도를 떠나서 적어도 예산을 허투르 쓰진 않았더라는 거지요.

문제는 역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7광구나 해운대의 극악스런 스토리나 설정에 비하면
신경을 쓴 티가 많이 납니다. 물론 그런 부분이 대부분 어디선가 본 느낌이 강하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지만요. 그래도 욕이나 헛웃음이 나오는 수준은 면했어요.
다만 재난이라는 부분과 액션 장면의 서사 부분에서 그렇다는 이야기고요
인물 개개인의 드라마로 넘어가면... 하아... 클리셰 박람회의 재난파트에서
주르륵 진열된 상품 중 가장 구린 중국산 짝퉁 보는 느낌이더군요.
비교대상이 7광구 해운대 같은 CJ 전작들이었으니 망정이지...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가득~>

차인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방화문 내린 이후로 화면에서 사라지더군요.
방화문을 내린 통제실은 그런데 어디 붙어 있는 거죠? 당연히 타워 건물 안에 있을텐데
이미 사건이 꽤 진행된 이후에도 직원들 전부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싸장뉨 차인표가 직접 통제실에 들어오고...

 
현실에서 저런 인물이라면 사고현장 빠져나오자마자 어디 안전한 곳에 숨어서 전화질이나
하고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긴.. 분명 같은 파티장에 있었던 차인표가 얼굴에 연지곤지
같은 상처 서너개 찍고선 소방대 콘트롤에 와있는 모습도 놀라웠죠. 차인표 정도의
열혈 마초맨이라면 건물 외벽이라도 타고 내려왔을 지도.. 흠흠
(그런데 시간순서상 건물을 빠져나왔다가 다시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는?)

후반부의 강제적 건물 폭파 장면은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으면 싶더군요.
저처럼 상식 수준의 지식만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도 그 장면이 말도 안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데 말이죠. 화면에서처럼 주위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그대로
안을 향해 건물이 주저않게 폭파시키는 데에는 고작 20층짜리 건물 해체에도 전문가 수십명이 며칠을
매달려야 가능한 일이죠. 게다가 폭약설치는 영화에서처럼 기둥 밖에 슬쩍 붙이는
수준에서 끝날리가 없다고요. 벽도 허물고 기둥에 천공도 하고 폭약도 이러저러한 종류를
적절히 섞어 줘야 효과적인 파괴가 가능하던데 말입니다. 하물며 영화처럼 100여층이 넘는
대형 건축물이라면... 
여기에 대한 적절한 대안은 영화 '볼케이노'에서 다룬 적이 있죠
건물을 전부 폭파시키는 게 아니라 일부만 파괴시켜 안전한 쪽으로 자빠지게 하는 겁니다.
여의도라면 주변을 대피시키고 건물이 제일 적은 방향, 가능하면 한강쪽으로 
자빠지게 할 수 있었을 거라고요.

데자뷰...
이러저러한 영화들이 떠오르는 조잡한 카피물이라는 인상도 강했어요.
아마도 작품성이란 측면에서 평가할 때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겠죠.
개인적으론 전반부가 타워링, 후반부는 실페스터 스텔론이 주연한 데이라잇이 생각나더군요.
쌍둥이 주상복한 건물의 화재사고라는 측면에서는 2010년에 있었던 해운대 화재사건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설경구가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부분의 설정도 그렇습니다. 억지스럽죠...
리모트 콘트롤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복잡스런 장치가 달린 폭탄이라면
지연점화 정도는 가능했을 겁니다. 리모트콘트롤이 불가할 경우의 폭파방법에 대한
교육은 당연히 알고 있었어야 하고요. 아니 그전에 말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여러개의 장치를 붙여놓은 상태에서 설경구가 폭탄 하나의 기판을 뜯어내더니
그 안에 빨간버튼(읔!)을 누르니까 다른 것들도 동조해서 한꺼번에 폭발하더군요.
어느 미친 개발진이 폭탄에다가 누르면 곧바로 폭발하는 '버튼'을 붙여놓는답니까?
슈퍼맨이나 더 씽 같은 애들 사용하라고 만든 폭발물인가?

김상경 딸내미 헬기로 탈출시키는 부분도 그래요...
분명 옆동으로 대피했잖아요. 그리고 그쪽은 화재도 없고 상대적으로 안전했어요.
그런데 왜 전부다 옥상으로 가서 어렵게 헬기를 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냥 걸어 내려와! 다들 그렇게 탈출 했다며?

욕만 해댄 거 같은데 좋았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초반부 불타는 엘리베이터에서의 
댄스타임...은 아니고 불지옥타임. 끔찍허니 좋았...다고 하면 변태일까요. 여튼 
괜찮게 봤어요. 아쉽다면 너무 후딱 지나갔다는 점? 불길로 서서히 엘레베이터 안이
달아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갇힌 인물들의 공포를 더 강하게 끌어내었으면..하는 아쉬움

구름다리 장면도 좋았습니다. 형광물질로 안전한 곳을 표시하는 아이디어도 그렇고
파괴장면의 연출이나 특수효과도 좋았어요. 물론 더 좋아실 여지들이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박수쳐줄 만 하다고 생각해요.

 

중후반부의 물탱크 장면도 꽤 그럴듯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역시나 실제로 적용되는 기술이었군요.


다만 기울어질 때 중심을 유지하기 위한 물탱크인데 물을 빼서 시간을 번다?
하중을 줄였기 때문에 기울어지는 시간을 지연할 수 있다는 설정일까요.
그리고 물탱크 물을 빼면 곧바로 건물 안으로 쏟아지는 건 좀...
다른 배수로가 있던가 아니면 원래 뺄 수 없는데 폭약으로 터뜨려서 빼던가.

이한위도 참 자주 죽네요. 누가 한 번 모아줬으면 좋겠어요.
숀빈이나 김갑수 부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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