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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원죄자 - 오리하라 이치


 

원죄자

오리하라 이치

(2011,34)

이전에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과 같이 이 책 원죄자도 기본적으로 서술트릭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처음 원죄자란 제목만 보고선 Original sin에 관련한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일복식 한자표현 원죄(原罪), 즉 False charge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1983년과 1995년 12년의 간극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83년 벌어진 주오선 철로 변 연쇄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강압수사와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함으로서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원죄자 가와하라 데루오를 중심으로 사건관계자들 그리고 유족임과 동시에 르포 작가인 이가라시 도모야 등의 사연을 번갈아 서사하며 진행됩니다. 원죄라는 소재와 실제 사건들의 인용 등은 책의 2/3 정도를 읽을 때 까지만 해도 사회파 소설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지만 갈수록 꼬여가던 사건과 도무지 알 수 없던 진범이 드러나는 후반부는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이 서술트릭을 위한 복선이었음을 드러내지요.

해설과 옮긴이의 말에도 나왔듯이 이 책이 나오키상 최종후보에 올랐을 때에도 이 부분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 오리하라 이치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이지요. 사회파가 아니라 서술트릭의 본격물이었다며 저평가하는 것은 일종의 오독입니다.

서술트릭은 정밀하진 않지만 효과적입니다. 화자가 누구인지 헛갈리게 하는 방식인데 글을 끝까지 읽기 전까진 서술트릭이 있다는 사정정보가 있더라도 짐작하기 힘든 구성입니다. 그보단 전체적으로 많은 인물이 나오고 사건과 인물 관계가 복잡다단하게 얽혀서 이야기 정리 자체가 힘들어요. 서술트릭은 그 다음 문제고요. 마지막 20장 정도를 남겨두고 빠르게 드러나는 진상은 작위적인 맛이 있지만 적어도 독자로 하여금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쾌감을 확실히 전달합니다.
'그게 그런거였어. 그러니까 그 장면하고 그 장면이 사실은...'
이런 식으로 앞장을 다시 들춰보게 만드는 거죠. 이거야 말로 서술트릭 소설을 읽는 참재미 아니겠습니까.

어쩌다보니 저자의 주요작품이라는 -론도 시리즈와 -자(者) 시리즈의 첫 권 격인 소설을 연달아 읽게 되었는데 재미는 있지만 솔직히 좀 피곤합니다. 책을 완독하여 마지막 장을 펼친 순간 깔끔하게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 일부러 '오독을 유발'한 부분들을 다시금 곱씹어봐야 하니까요. 특히나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어요. 다시 들춰보기엔 너무 두껍단 말입니다.

- 하지만 결국 다음 시리즈를 찾아보게 될 비루한 독자...